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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와 완벽주의를 내려놓지 못하게 하는 내면의 소리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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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기 | Date 2020-04-18 13:00:59 | hit 3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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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다보면 자기비하감이 심해진다. 나는 왜 마르지 못한 것일까? 하는 자기 혐오감이 커진다
그러면 내면에서 나 자신을 혐오하는 소리가 마치 들려오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진다
“넌 진짜 못 생겼고, 뚱뚱하고, 돼지 같아! 넌 한심하고 나약해!”마치 라디오 소리처럼 계속 내 마음속에서 울려퍼진다
그러면 견딜 수 없을만큼 불안감과 수치심이 커져서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강해진다. 그러나 아무리 다이어트를 해도 살이 빠지는 것 같지 않아서 더 속상해지고, 결국 폭식 구토를 하게 된다. 폭식 구토를 해야만 그제야 멍해지고 마취되는 것 같아 잠이 온다
오늘 어느 환자분이 한 말이다
대개 이러한 자기혐오의 소리는 어린 시절 불안전하고 힘든 상황에서 생겨난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힘든 상황에서 불안과 수치심을 겪을 때, 이러한 고통스러운 감정에 휩싸이지 않게 하려고 생겨난 것이다.
만약 보통의 성인이라면 수치심이나 불안을 느낄 때, 스스로 심호흡이나 스트레칭을 할 수도 있고, 괜찮아 잘 될거야 라고 스스로 위안을 해줄 수도 있고, 아니면 가까운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건강한 성인자아가 self care를 하는 방법들일 것이다.
그러나 힘이 없는 어린아이는 이 상황에서 적절히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 대개는 그냥 꼼짝 못 하고 당해야 하니까 말이다. 이때 어린아이가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자기의 마음속에 비난하는 마음의 일부분(파트)을 만드는 것이다. 성인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러한 방어기전이 너무나 비합리적이어서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이에게는 이것이 나름의 최선의 방법일 수 있다. 왜냐하면 외부로부터 비난을 받기 전에 먼저 스스로를 선제공격해야만이 그나마 통제감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감당할 수 없는 수치심과 불안의 소용돌이에 빠지는 것보다, 먼저 자기를 비난하고(inner critics) 자기를 미워하여(self hatred), 다이어트에 집착하는 편이 훨씬 더 통제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치심과 불안을 피해보겠다는 이 나름의 대처방법은 장기적으로는 수치심과 불안을 오히려 계속 증폭시킬 뿐이다.
당신은 먼저 이러한 자기혐오와 완벽주의가 오랜 기간 동안 당신 내면에서 필사적으로 보호자 역할을 해온 파트들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이들은 당신의 성인자아가 아직 힘이 약했을 때, 성인자아 대신 취약한 당신을 보호해준 파트들이다. 이러한 노고를 당신의 성인자아는 인정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이들 보호자 파트가 당신의 내면에서 가장 큰 힘과 에너지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주어야 한다. 당신 내면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이들 파트들을 이해해주고 공감해주면서, 이들 파트들에게 당신을 보호해주고 지지해주고 격려해주는 새로운 역할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나에게는 그런 성인자아가 없다고 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혼자 책을 읽을 때나 일기를 쓸 때 혹은 조용히 명상을 하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편안하고 침착해지고 온전히 현재의 나로서 존재하는 순간이 잠깐이라도 있었다면, 그것은 당신에게도 성인자아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건 정말이다. 만약 그래도 계속 성인자아가 없다고 느껴진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찾아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