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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만나는 트라우마의 심리학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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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영자 | Date 2021-01-16 10:44:27 | hit 1,171 |
도서명 : 영화로 만나는 트라우마의 심리학 저자 : 김준기 | 출판사 : 수오서재 | 출판일 : 2021.01.14. 내용 : 여는 글
# 이 책은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매일 만나는 정신과의사가 그들의 내면세계를 설명하기 위해 쓴 책이다.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경험은 매우 개인적이고 주관적이며, 또한 비밀스러운 경험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상처가 뚜렷하지 않아 주변 사람들은 눈치채기가 쉽지 않다 또한 당사자도 자신이 겪는 고통의 경험을 말로 정확히 표현하기가 어렵다. 뇌의 언어중추 기능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라우마의 당사자와 가해자는 물론이고, 가까운 가족 친구와 같은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도 사과와 용서와 배려 대신 오해와 갈등과 반목이 종종 일어난다. 트라우마 전문가로서 나는 이러한 상황이 늘 안타까웠다. 그런데 영화를 자주 보다 보니, 그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여러 가지 트라우마로 인해 고통받고, 갈등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자주 발견하게 되었다. 심지어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서조차도 주인공들이 겪는 미묘한 마음의 상처가 보였다. 어쩔 수 없이 이건 직업병인 것 같다. 결국 나는 영화를 통해서 트라우마의 심리학을 설명하고 그 이해를 돕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이해는 치유의 출발점이기도 하기에.
# 영화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나는 틈만 나면 영화를 본다. 이 책에서는 내가 엄선한 25편의 영화를 소개하고 있다. 이 영화들은 트라우마에 대해 섬세하면서도 탁월한 묘사를 해주고 있어 탄복하게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도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해준 영화들이기도 하다. 어두운 극장 안에서 누가 볼까 주위를 살펴가며 조심스럽게 눈물을 닦아내게도 했고, 극장을 나온 뒤 벅찬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몇 시간을 정처 없이 걷게 만든 영화들이다. 나의 개인적인 애정이 담뿍 담긴 영화들이기에 목차와 상관없이 여기서 다시 한번 소개하고 싶다. 독자 여러분도 꼭 한번은 감상해보시기를 바란다.
가슴 묵직한 감동을 전하는 영화 ; 그랜토리노, 쓰리 빌보드, 자전거 탄 소년, 맨체스터 바이더씨, 다크 나이트, 스포트라이트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 ;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의 정원, 굿 윌 헌팅, 투더 본, 러브 액추어리 머릿속이 복잡해지면서도 자꾸만 눈길이 가는 영화 ; 캐빈에 대하여, 아무도 모른다, 아이 토냐, 가족간의 연결을 보여주는 영화 ; 룸, 원더, 프리다의 그 해 여름, 엔딩노트 전쟁 후유증의 심각함을 알려주는 영화 ; 아메리칸 스나이퍼, 바시르와 왈츠를 가까운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 한공주, 똥파리, 김복동 잘 몰랐지만 알고 보면 재미난 영화 ; 와일드, 러브앤 머시, 세이빙 MR. 뱅크스
#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을 쓴지 벌써 12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트라우마라는 개념이 우리 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다. 끔찍한 사고나 전쟁만이 트라우마가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특히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 청소년, 장애인, 빈곤층에게 일어나는 애정과 관심과 배려의 결핍이 트라우마가 된다는 사실도 많이 알려졌다. 그들을 돕고자 하는 많은 전문가들이 생겨났고, 수 많은 새로운 치료기법들이 소개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라우마의 후유증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의 치유 과정은 여전히 험란하다. 어쩌면 우리의 마음과 영혼을 치유하는 학문은 이제 걸음마 단계인지도 모르겠다. 1950년대의 소아암 생존률은 10% 내외였다고 한다. 놀랍게도 지금 2020년의 소아암 생존율은 거의 90%에 육박한다. 이는 모두 다 과학의 눈부신 발전 덕분이다. 정신의학의 발전을 통해 트라우마의 치유 성공률도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지기를 진심으로 고대한다. 꿈 같은 이야기지만 다음과 같은 신비의 묘약들이 발명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건 다 지난 일이야! 이제는 안심해도 돼!” 라고 시간의 흐름을 깨닫게 해주는 파란색약!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그들이 잘못한 거야!” 라고 지혜를 전해주는 노란색약!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이제는 조금 쉬어도 돼!” 라며 휴식을 주는 연두색약! “그냥 있는 그대로의 너도 충분히 사랑받을 가치가 있어!” 라고 위안을 주는 보라색약! “과거에는 어쩔 수 없었지만, 지금부터의 삶은 네가 선택할 수 있어!” 라고 힘을 전해주는 주황색약!
이 책의 수정과 보완을 도와준 수오서재의 황은희 대표님과 스테프 여러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오랫동안 함께 트라우마에 대해 공부하고 나누는 동료 전문가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마음 속 영원한 스승님이신 이호영선생님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가장 꼼꼼히 내 글을 읽어준 아내에게 깊은 고마움의 마음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지난 25년간 나에게 내면의 비밀 이야기를 들려준 환자분들께 이 책을 바친다.
2021년 01월 14일 마음과 마음 식이장애 클리닉 원장 김 준 기 |